컴퓨터 입문 25년차인 제 경험으로는 컴퓨터의 성능은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이 좋아져서 투자대비 가치가 현격하게 낮아지는 반면에 마우스와 키보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낮아지는 대신 성능도 낮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나 키보드는 퇴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과거 92년 당시 386컴퓨터를 사면 무료(?)로 줬던 키보드들에 비해 지금 무료로 주는 키보드들은 그야말로 허접합니다. 게다가 연구실에서 교수님들 눈치보면서 만질 수 있었던 Sun Workstation에 따라 나오는 키보드들은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 그와 비슷한 느낌, 또는 그 이상을 제공하는 키보드라면 단연 HHK(Happy Hacking Keyboard)를 꼽을 수 있습니다. 많은 고가의 기계식 키보드도 써 봤지만 이처럼 5년 가까이 꾸준히 사용하면서 만족하는 장치는 이 키보드가 최초입니다.
사진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Happy_Hacking_Keyboard
사진 편집자 : Aon fi
사진 출처 및 편집자 : 글쓴이
하지만 처음부터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닙니다. 현재 쓰고 있는 HHK 무각인 화이트 키보드는 사진에서 보시다 시피 키보드에 글자가 새겨져 있지 않습니다. 거기다 키보드 자판에 펑션키와 오른쪽 숫자 패드가 없기 때문에 기존에 쓰던 103키의 넓은 자판과는 사뭇 다른 입력 방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미 한글 및 영문 자판에 익숙한 사람으로서 무각인 키보드라 하더라도 글자 입력에는 불편함이 전혀 없었습니다. 키감이 상당히 좋은 편이기 때문에 오히려 재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펑션키를 누를 때는 오른쪽 엔터키 아래에 있는 조그마한 회색키를 누르고 상단 부분의 숫자키를 같이 눌러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자판에 익숙한 분들이라도 숫자키나 숫자키에 있는 특수문자들은 키보드를 보고 입력하기 마련인데, 무각인 키보드는 그게 상당히 불편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Caps Lock키가 있는 자리가 Control키로 대체되고, Caps Lock키는 특수키로 입력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시 주로 Emacs에디터를 쓰는 저로서는 이것이 오히려 장점입니다.
그리고 흔한 오해 중에 하나가 입력시 키감이 부드럽기 때문에 소음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인데, 기계식 키보드에 비해서는 소음이 적은게 확실합니다. 하지만 노트북에 있는 키보드나 저렴한 키보드들에 비해서는 소음이 있는 편입니다.
기존 키보드와 다른점은 이정도로 하고 HHKB Pro의 장점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죠.
일단 지금까지 이야기 했던바와 같이 키감이 좋습니다. 환상적이다라고 하는 기존의 글들이 많긴 합니다만 그건 좀 과장된 이야기 같습니다. 어떤 키보드는 오래 입력하면 손가락이 아프고, 또 어떤 키보드는 너무 쉽게 눌려서 눌렀는지 아닌지 감이 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느낌의 조화가 적절하다고 할까? 쓸수록 만족감이 더해지는 키보드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단지 유일한 바램이 있다면 소음이 좀 더 작았으면 하는 것 입니다.
키보드가 작아도 키의 크기는 기존의 것과 같습니다. 최근에 미니 사이즈 키보드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키의 크기가 기존의 것과 달라서 입력에 어려움을 격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 넷북의 키들이 그런 것 같습니다.
작기 때문에 휴대가 용이합니다. 기존 키보드의 3/5정도의 사이즈입니다. 키보드의 휴대성이 뭐그리 중요하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나름 요긴한 경우가 있습니다. 제 경우 장기 출장시에 노트북 키보드의 불편함이 걱정이었습니다. 하지만 HHKB의 경우엔 손때가 묻은 키보드를 가지고 갈 수 있습니다.
내구성이 좋아서 오랜 시간 만족하며 쓸 수 있습니다. 아직 4년 정도 고장없이 쓰고 있습니다만 앞으로 얼마나 더 쓸 수 있을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구매 했을 당시와 별차이 없는 성능을 봐서는 앞으로의 4년도 끄떡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청소하는 것도 쉬워서 먼지가 많이 끼었더라도 키를 빼서 간단하게 먼지 제거를 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IT기기들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저로서는 오랫 동안 옆에 지닐 수 있는 장비를 갖고 있다는 느낌이 좋습니다. 그런 느낌의 마우스도 하나 생겼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는 없네요. 대부분의 마우스들은 버튼이나 볼 부분이 헐거워지거나 끈적해져서 못 쓰게 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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